‘계획을 잘 세웠는데 왜 또 실패할까?’
매년 초 또는 새로운 달이 시작되면 많은 사람이 다이어트, 자기 계발, 독서, 저축 등 다양한 목표를 세운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며칠만 지나도 계획은 흐트러지고, 의욕은 줄어들며, 결국 포기하게 된다.
이러한 반복되는 실패는 단순한 게으름이나 의지력 부족의 문제가 아니다.
실제로 인간은 계획을 세우는 순간부터 이미 실패를 향해 달려가고 있을 수 있다.
행동경제학은 이와 같은 ‘계획 실패’를 매우 흥미롭게 다룬다.
사람이 왜 현실을 과소평가하고, 시간과 에너지를 과대평가하는지,
그리고 왜 뇌는 반복적으로 잘못된 예측과 결정을 하는지를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행동경제학의 대표 개념들을 바탕으로 계획이 실패하는 심리적 패턴을 분석하고,
계획을 세울 때 사람들이 빠지는 인지적 함정과 편향들을 구체적으로 짚어본다.
계획 오류(Planning Fallacy) – ‘이번엔 다를 거야’라는 착각
사람이 계획을 세울 때 가장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자신의 예측 능력을 과신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행동경제학에서 계획 오류(Planning Fallacy)로 정의된다.
즉, 실제로는 많은 시간이 걸리거나 실행 난이도가 높은 일인데도 불구하고
자신은 빠르고 쉽게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비현실적 낙관을 가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다이어트 계획을 세울 때 “하루에 1시간씩 운동하고, 저녁은 샐러드만 먹겠다”는 식의 극단적 목표를 세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생활에서는 갑작스러운 약속, 피로, 감정 기복 등 수많은 변수들이 개입하면서 실행이 불가능해진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이 이런 실패를 매년 반복하면서도 “이번엔 진짜 다를 거야”라고 믿는다는 점이다.
이 낙관적 착각은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자기 중심 편향(Self-serving Bias)과도 연결된다.
사람은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더 유능하고 통제력이 높다고 믿는 경향이 있으며,
이러한 과신이 오히려 계획을 더욱 실패하게 만든다.
계획 오류를 피하려면 현실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예를 들어 과거에 독서를 1년에 5권 했던 사람이 50권을 목표로 세운다면,
이는 뇌가 만들어낸 이상적 상상일 뿐이다.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행 가능성을 판단하는 ‘백캐스팅(backcasting)’ 전략이 훨씬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시간할인(Time Discounting) – 미래는 항상 덜 중요해 보인다
사람이 계획을 세울 때는 미래의 자신이 지금보다 훨씬 부지런하고 의욕 넘칠 것이라고 가정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 미래의 나도 오늘의 나와 똑같은 성향을 가진 존재다.
행동경제학은 이런 비현실적 기대를 시간할인(Time Discounting)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미래의 이득은 항상 현재의 이득보다 덜 매력적으로 느껴지며,
미래의 고통은 현재보다 훨씬 작게 인식된다.
예를 들어 “다음 주부터는 새벽 6시에 일어나 운동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은
그 시점의 나에게 매우 합리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막상 다음 주가 되면 똑같이 피곤하고, 알람을 끄고 싶은 충동은 여전하다.
이처럼 사람은 계획을 세울 땐 이성적인 기준으로 판단하지만,
실행 시점에서는 감정과 즉시성 욕구가 판단을 지배하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즉시 보상이 있는 설계’가 병행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운동을 완료했을 때 체크리스트를 표시하고, 자신에게 작은 보상을 주는 구조를 만들면
뇌는 해당 행동을 ‘당장 즐거운 일’로 인식하게 된다.
또한 계획을 장기 단위로 세우기보다는, 하루 단위로 쪼개서 실행하는 방식이 시간할인의 영향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의지력 착각과 자제력 고갈 – 뇌는 매일 싸우고 있다
많은 사람이 계획을 세울 때 의지력을 기반으로 전략을 구성한다.
“매일 꼭 해야지”, “무조건 포기하지 말자” 같은 결심은 그 순간엔 매우 단단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의지력이라는 자원 자체가 제한적이고 쉽게 고갈된다.
행동경제학과 심리학에서는 이를 자제력 고갈(Ego Depletion)이라고 부른다.
사람은 하루에 내릴 수 있는 결정과 자기 통제 행동의 총량이 정해져 있다.
업무, 인간관계, 스트레스 등에서 에너지를 소모하면
계획된 행동을 실천할 수 있는 의지 자원이 바닥나게 된다.
특히 저녁 시간에 계획이 무너지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아침에는 “오늘 저녁엔 꼭 운동해야지”라고 생각하지만, 하루 일과가 끝나고 피로가 몰려오면
뇌는 ‘지금은 쉬자’는 신호에 더 쉽게 굴복하게 된다.
이런 실패를 줄이기 위해선 의지력에 의존하는 구조 대신 환경 중심의 시스템 설계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운동복을 미리 침대 옆에 두고, 아침 알람에 자동으로 운동 앱이 켜지게 설정하면
뇌가 결정할 필요 없이 자동적으로 행동이 유도된다.
의지보다 환경이 행동을 좌우한다는 원리를 이해해야 계획이 지속될 수 있다.
완벽주의와 실패 회피 – 작게 시작하지 않으면 시작 자체가 없다
계획이 실패하는 마지막 핵심 요인은 완벽주의 성향과 실패 회피 심리다.
사람은 새로운 계획을 시작할 때 “이번엔 제대로 해보자”, “시작했으면 완벽하게 해야지”라는 기대를 걸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이상적 기준은 오히려 행동을 시작하지 못하게 만들거나,
작은 실수 하나로 전체 계획을 포기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이를 손실회피(Loss Aversion)와 후회 회피(Regret Aversion) 개념으로 설명한다.
사람은 얻는 기쁨보다 잃는 고통에 더 민감하며,
실패한 경험에 대해 스스로를 책망하는 성향이 있다.
그래서 ‘시작했다가 실패하면 더 큰 상처를 입을 것’이라는 심리적 방어가 작동하게 된다.
결국 계획은 시작조차 못하거나, 작은 실패를 거대한 후회로 확대하며 포기하게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계획은 작게, 간단하게, 반복 가능하게 구성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1시간 운동하기” 대신 “운동화 신고 5분 걷기”부터 시작하면
시작 장벽이 낮아지고, 반복 속에서 성취감이 쌓이게 된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이를 넛지(Nudge) 또는 작은 성공 전략(Minimum Viable Habits)이라 부른다.
작은 성공이 쌓이면 뇌는 점점 해당 행동을 습관으로 받아들이고,
결국 큰 계획도 자연스럽게 실현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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