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람들은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부동산에 ‘올인’할까?
사람들은 종종 충분한 정보도 없이 수억, 수십억짜리 부동산에 쉽게 돈을 넣는다.
“지금 안 사면 더 비싸질 거야”, “다른 사람도 샀대”라는 말에 마치 빚을 내서라도 투자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불안에 빠진다.
부동산이라는 고가 자산을 두고 이처럼 감정적으로 결정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행동경제학은 이 문제를 단순한 지식 부족이나 경험 부족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이 경제적 판단보다 감정적 안정과 심리적 보상을 우선한다는 점에서 이해된다.
특히 부동산은 사회적 지위, 자산의 상징성, 집단 심리,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회피 같은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묻지 마 투자’라는 행동 패턴을 강화시킨다.
이 글에선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핵심적인 개념들을 통해서 사람들이 왜 위험성을 지고 비합리적인 부동산 투자를 계속해서 하는지 그 심리적 구조와 결정을 어떻게 왜곡시키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손실 회피와 FOMO – “안 사면 손해”라는 착각의 구조
행동경제학의 대표 개념 중 하나는 손실 회피(Loss Aversion)다. 사람은 같은 금액이라도 이익보다 손실에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 “지금 안 사면 1억 더 비싸진다”는 말을 들었을 때, 사람은 실제로 손해가 난 것도 아닌데, 심리적으로 큰 손실을 본 것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된다. 여기에 FOMO(Fear of Missing Out), 즉 놓칠 것에 대한 두려움이 더해지면 사람은 판단을 멈추고, 감정적으로 투자 결정을 하게 된다.
특히 부동산 시장에서는 이런 심리가 실제로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모두가 사니까 나도 사야 할 것 같고, 남들이 2채, 3채 가진 걸 보면 나만 뒤처지는 것 같아 불안해진다. 문제는 이런 심리가 투자 판단의 본질을 흐린다는 데 있다. 실제 가치나 지역 분석, 수요 예측보다 “이 지역 뜬다더라”, “지인도 샀다더라”는 비체계적 정보에 의존한 투자가 반복된다. 이런 흐름은 묻지마 투자의 전형적인 심리적 출발점이다.
확증 편향과 집단 사고 – 내가 믿고 싶은 정보만 소비하는 사람들
부동산 투자에서 가장 흔한 심리 편향 중 하나는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다.
사람은 자신이 이미 마음속으로 결정한 내용을 지지하는 정보만 받아들이고, 그에 반하는 정보는 무시하거나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이 지역이 곧 오른다’고 믿는 사람은 하락 예측 기사나 리스크 요인은 무시하고, 오를 것이라는 근거만 찾아다닌다.
이러한 확증 편향은 집단 사고(Groupthink)로 확대되기 쉽다.
특히 부동산 커뮤니티, 투자 모임, 유튜브 채널 등에서 동일한 주장을 반복해서 접하다 보면 비판적 사고 없이 그 정보가 진실인 것처럼 받아들여진다. “남들도 다 괜찮다 하니까 괜찮은 거겠지”라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되고, 결국 그 흐름에 편승해 투자하는 ‘묻지마 매수’가 이루어진다. 행동경제학은 이를 경고한다. 이러한 심리 구조는 정보 탐색의 왜곡을 유도하고, 리스크 판단 기능을 마비시킨다.
즉, 투자자는 정보를 찾는 게 아니라, 자기 확신을 강화시켜줄 자료만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소유 효과와 매몰비용 – 일단 사고 나면 후퇴할 수 없어진다
사람은 무엇이든 일단 소유하게 되면 그 가치를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소유 효과(Endowment Effect)라고 한다.
예를 들어 내가 산 아파트는 가격이 떨어져도 “언젠간 오를 거야”, “입지가 좋으니까 괜찮아”라며 자기 합리화에 빠지게 된다.
이는 묻지마 투자 이후의 행동에도 큰 영향을 준다. 또한 매몰비용의 오류(Sunk Cost Fallacy)도 부동산 투자에 자주 나타난다.
이미 많은 돈을 들였기 때문에 그 선택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더 많은 자금을 추가 투입하거나, 손절 타이밍을 놓치는 일이 반복된다. “지금 팔면 손해니까 버텨야지”, “이만큼 투자했는데 지금 나가면 바보지”라는 생각은 이성적 판단이 아닌, 감정 기반 선택의 전형적인 오류다. 이처럼 사람은 자신이 내린 결정에 대한 책임감이 아니라 집착을 갖게 되며, 이 집착이 다음 투자에서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만든다. 결국 묻지마 투자는 단순한 무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 비가역 구조로 설계된 행동의 연속이다.
묻지 마 투자를 멈추기 위해 필요한 것
행동경제학은 말한다.
“사람은 숫자가 아닌 감정으로 투자 결정을 내린다.”
부동산이라는 큰 금액이 걸린 영역에서도 합리성보다는 불안, 조급함, 주변 평가, 과거 경험 등이
투자의 기준이 되어버린다. 이를 막기 위해선 투자 전에 반드시 ‘심리적 체크리스트’를 먼저 통과해야 한다.
1. 이 투자에 내가 불안함을 느끼는 이유는 정보 부족인가?
2. 지금 투자 결정을 하려는 이유는 타인의 판단 때문인가?
3. ‘안 하면 손해’라는 감정은 실제 데이터와 일치하는가?
4. 이 자산을 반드시 소유해야 할 현실적 이유가 있는가?
5. 실패했을 때 회복 가능한 범위 내 투자인가?
이처럼 감정을 통제할 수 있는 메타 인지적 판단 루틴이 없다면, 사람은 반복해서 묻지 마 투자를 하게 된다.
결국 부동산 투자에서 진짜 중요한 건 ‘돈’이 아니라, 내가 내리는 판단을 감정이 아닌 구조로 설계하는 힘이다. 행동경제학은 그 설계의 중요성을 끝없이 강조한다.
또한 사람들은 자신이 한 선택을 과신하며, 실패 가능성을 스스로 축소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과잉 확신 편향(Overconfidence Bias)이라고 부른다. 부동산 투자자들은 본인의 판단이 옳다고 믿기 때문에, 다른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거나, 반대 정보를 무시하는 경향이 생긴다. “이번엔 다르다”, “나는 틀리지 않는다”는 생각은 합리적 검토보다 감정적 자기 확신을 우선하게 만든다.
이런 사고방식은 결국 투자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 특히 부동산은 되돌리기 어려운 고정비용과 장기 계약이 수반되므로, 한 번의 감정적 결정이 수년간의 재정 상태를 흔들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묻지 마 투자를 막기 위해서는 단순히 정보를 많이 아는 것을 넘어서, 자기감정의 흐름과 인지적 왜곡을 인식하는 메타 인지 능력이 핵심이다. 정보보다 중요한 것은 판단의 구조를 점검하고 감정에 브레이크를 거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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