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경제학

한 번 손에 쥐면 놓기 어렵다– 보유효과(Endowment Effect)의 진짜 영향

ad-jay 2025. 6. 26. 09:25

‘내 것’이 되는 순간, 가치가 달라진다

사람은 똑같은 물건이라도 그것이 자신의 손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그 물건의 가치를 다르게 평가하기 시작한다. 마치 어떤 ‘감정적 전환점’이 생긴 것처럼, 소유 이전과 이후의 가치 인식은 현저하게 달라진다. 예를 들어, 1만 원짜리 머그컵을 샀던 사람이 하루 뒤 누군가에게 “5천 원에 팔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대부분은 단호하게 거절한다.

동일한 물건임에도 불구하고, 그 물건이 '내 것'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가치가 상승된 것처럼 느껴지는 이 현상을 행동경제학에서는 ‘보유효과(Endowment Effect)’라고 부른다. 전통 경제학은 사람의 경제적 판단이 합리성과 일관성을 바탕으로 작동한다고 전제한다. 그러나 보유효과는 이 가정을 완전히 뒤엎는다.

보유효과(Endowment Effect)의 진짜 영향

사람이 이미 소유한 물건에 대해 가지는 ‘비합리적인 애착’은 수많은 소비, 거래, 협상, 심지어 감정적 결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글에서는 보유효과가 실제 인간의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일상 속 쇼핑, 중고거래, 부동산 매매, 기업 협상, 그리고 감정적 집착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작동하는 이 심리적 편향은 우리가 얼마나 ‘합리적이지 않은 경제인’인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또한, 이 현상이 왜 발생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이 감정적 왜곡을 인지하고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을지도 함께 탐색해 본다.

 

 

보유효과란 무엇인가 – 실험과 이론으로 보는 인간 심리

보유효과는 대니얼 카너먼, 리처드 세일러 등 행동경제학자들이 수십 년간 연구한 심리적 편향 중 하나다. 가장 대표적인 실험은 ‘머그컵 실험’이다. 연구자들은 참가자 절반에게 머그컵을 주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그 후 머그컵을 받은 사람에게는 “이 컵을 얼마에 팔고 싶은가?”를, 받지 못한 사람에게는 “이 컵을 얼마까지 주고 사고 싶은가?”를 물었다.

흥미롭게도 컵을 받은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약 7달러 이상의 가격을 불렀고, 받지 못한 사람들은 3달러 수준을 제시했다. 이처럼 동일한 물건임에도, 소유 여부에 따라 사람이 느끼는 ‘가치의 기준점’이 달라지는 현상이 바로 보유효과다.

이는 전통적인 경제 이론에서는 설명되지 않는다. 고전 경제학은 상품의 가격이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고 보지만, 행동경제학은 감정, 소유감, 기억, 심리적 연관성 같은 요소가 개입된다고 본다. 보유효과는 단순히 ‘탐욕’이나 ‘이기심’이 아니라, 사람의 뇌가 소유한 것에 대해 더 강하게 반응하고, 이를 잃는 것에 대해 과도한 회피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발생한다.

실제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사람이 소유한 물건을 잃는다고 상상할 때 활성화되는 뇌 영역은 ‘통증’과 관련된 부분이다. 즉, 사람은 물건을 잃는다는 사실 자체를 심리적 손실로 받아들이고, 이를 본능적으로 회피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런 뇌의 구조적 반응이 바로 보유효과의 근본적인 원인이 된다.

 

 

일상 속 보유효과 – 우리가 얼마나 자주 ‘합리성을 잃는가’

보유효과는 단순한 실험실 안의 개념이 아니라, 일상생활 거의 모든 경제적 행동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 중고거래 플랫폼을 예로 들어보자. 자신이 3개월 전에 10만 원에 구입한 전자기기를 6만 원에 올려도 구매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대부분의 판매자는 “이 정도 상태면 8만 원은 받아야 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실제 시장가가 5만 원일 수도 있다.

이처럼 판매자는 자신의 물건에 대해 객관적인 시장가보다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 또 다른 예로는 부동산 거래를 들 수 있다. 집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집이 10년 된 평범한 아파트임에도 “내가 여기서 얼마나 좋은 추억을 만들었는데, 이 집은 특별하다”며 시장보다 높은 가격을 고집한다.

반면 구매자는 단순히 ‘집’으로 보고, 감정이 개입되지 않은 가격을 생각한다. 기업 협상에서도 보유효과는 강하게 작용한다. 어떤 기업이 특정 기술을 보유하고 있을 때, 그 기술이 실제 시장에서는 큰 가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 기술을 개발하는 데 얼마나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었는지 알아?”라고 말하며 가치를 과대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보유효과는 사람의 감정과 소유 경험이 실제 가치 판단을 왜곡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사람이 '내 것'이라고 여기는 순간, 그 물건은 단순한 사물이 아닌 ‘감정적 자산’이 되며, 이를 쉽게 놓지 못하게 된다. 이러한 심리는 이성적인 판단을 방해하고, 때로는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보유하려는 의지를 강화시킨다.

 

 

보유효과를 인식하고 극복하는 방법 – 진짜 ‘현명한 소비자’가 되는 길

보유효과는 인간의 본능에 가까운 심리적 반응이기 때문에, 이를 완전히 없애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이 효과를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소비자나 투자자는 보다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첫째, 사람은 자신이 어떤 물건을 소유하고 있을 때, 그 물건을 시장에 되판다고 가정하고, 다른 사람이라면 과연 이 가격에 살지 스스로에게 질문해 볼 필요가 있다. 즉, 물건을 보유한 상태가 아니라 ‘처음 본 타인의 시선’으로 평가하는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것이 유효하다.

둘째, 사람은 ‘감정적 비용’과 ‘시장 가치’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오래된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이유가 단순히 그동안의 사용 경험 때문이라면, 그것은 경제적 가치와는 별개다. 이때는 심리적 애착이 경제적 판단을 방해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셋째, 사람은 결정을 내릴 때 항상 대안을 고려해야 한다. 어떤 것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은 위험한 판단이다. 기업에서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협상 시 ‘외부 컨설턴트’나 ‘제삼자 감정 평가’를 활용하는 경우도 많다. 마지막으로, 보유효과는 단지 경제적 판단을 넘어 인간관계, 감정, 습관 등 다양한 영역에서도 영향을 미친다.

사람이 관계를 정리하지 못하거나, 낡은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것도 본질적으로는 보유효과와 유사한 심리 구조에서 비롯된다. 결국 진짜 현명한 소비자란, 자신이 ‘무엇을 왜 가지고 있는가’를 성찰하고, 필요 없는 집착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사람이다.

보유효과를 인식하고 감정과 이성을 분리할 수 있다면, 우리는 보다 합리적이고 균형 잡힌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요약

사람은 왜 가진 물건을 실제 가치보다 높게 평가할까? 행동경제학의 보유효과를 통해 소비자의 비합리적 심리를 구체적인 사례로 분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