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경제학

왜 사람들은 보험을 과하게 드는가 – 최악의 경우에 대한 과도한 상상과 행동경제학

ad-jay 2025. 7. 1. 17:32

‘혹시나’의 공포가 ‘현실의 비용’을 만든다

보험은 원래 위험을 분산시키는 금융 도구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실제로 겪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사건에 대비하기 위해, 과도한 보험료를 지불하며 불안함을 해소하려 한다. 예를 들어, 실질적으로 발생 가능성이 매우 낮은 중복 보장을 가진 보험을 여러 개 가입하거나, 같은 질병을 여러 상품에서 중복해서 커버하도록 구성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행위는 단순히 정보 부족 때문만은 아니다.

손실회피 편향이 보험 소비에 미치는 영향 설명 이미지

행동경제학에서는 이 현상을 ‘가용성 휴리스틱(Availability Heuristic)’과 ‘손실회피(Loss Aversion)’이라는 심리적 편향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즉, 사람들은 TV 뉴스나 지인 경험처럼 강하게 인지된 사건을 실제보다 더 자주 일어날 것처럼 느끼고, 그로 인해 과도하게 대비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 글에서는 사람들이 왜 보험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가입하는지, 어떤 심리적 구조가 이를 유도하는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인식하고 통제할 수 있는지를 행동경제학적으로 분석한다. 보험은 심리의 결과물이며, ‘합리적 불안’과 ‘비합리적 불안’을 구별하는 것이 건강한 재무 전략의 출발점이다.

 

 

 

보험 과잉가입의 행동경제학 – 가용성, 손실회피, 확률왜곡

사람이 보험에 과도하게 의존하게 되는 가장 핵심적인 심리 구조는 가용성 휴리스틱이다. 이는 기억에 쉽게 떠오르는 사건을 더 자주 일어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향을 말한다. 예를 들어, 뉴스에서 암 발병률, 교통사고 사망률, 자연재해 피해 사례를 반복적으로 접한 사람은, 실제 확률보다 훨씬 더 위험이 가까이 있다고 느끼게 된다.

 

그 결과, “혹시 나도 그런 일을 겪을지 몰라”라는 막연한 두려움이 생기고, 이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과도한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다. 여기에 손실회피 성향이 더해지면 상황은 더욱 심화된다. 사람은 손해를 피하기 위해 이익보다 훨씬 더 강하게 반응하는데, 이는 “보험을 안 들고 큰일 나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으로 연결된다.

 

또한, 사람은 확률에 대한 인식도 왜곡한다.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확률 왜곡(Probability Weighting) 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낮은 확률의 사건을 실제보다 더 크고 위험하게 평가한다. 실제로는 1%도 안 되는 확률의 질병이나 사고에 대해, 감정적으로는 30~40%에 해당하는 불안감을 느끼며 반응하는 것이다.

 

그 결과, 보험 설계사는 이러한 감정을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해 '실제로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 사건에 대한 고가 보장 상품'을 설계하고, 소비자는 그것을 ‘심리적 안심’을 위해 구입한다. 결국, 보험은 단순한 계약이 아니라 불안과 안전을 사고파는 심리적 거래가 된다.

 

 

 

‘과잉보장’이 만드는 재정적 낭비

보험에 대한 비합리적 선택은 실생활에서 자주 발견된다. 예를 들어, 30대 직장인이 암 보험, 뇌졸중 보험, 심장질환 보험을 각각 따로 가입하고, 실손보험 외에 중복 보장을 갖는 종신보험까지 추가로 보유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되면 월 보험료가 30~50만 원에 이르고, 연간 수백만 원을 ‘마음의 안정을 위해’ 지불하게 된다. 물론 보험이 필요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는 실제 의료비나 위험 확률을 고려하지 않은 채, 막연한 두려움과 판매자의 설계에 따른 소비자의 심리 반응으로 구성된 것이다.

 

 

또 다른 예로는 아이를 키우는 가정에서 과도한 어린이 보험을 가입하는 경우다. “혹시 사고가 나면?”, “혹시 질병이 생기면?”이라는 걱정이 중복 보장 가입으로 이어지고, 실제로는 거의 쓰이지도 않는 특약에 매달 수십만 원이 빠져나간다. 보험은 기본적으로 ‘확률 기반 상품’인데, 우리는 그 확률을 숫자가 아닌 감정으로 해석한다.

 

이때 숫자보다 무서운 것은 바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상상 장면이다. 중환자실, 갑작스러운 수술, 치료비 부담 등 구체적인 장면이 머릿속에서 그려질수록 사람은 보험에 더 많이, 더 비싸게 지불한다. 결국 보험 과잉 가입은 합리적인 설계 부족이 아니라, 감정적 과잉 반응의 결과물이다.

 

 

 

불안을 줄이고, 합리적으로 보험 설계하는 법

보험을 합리적으로 가입하려면, 먼저 ‘사고의 확률’을 감정이 아닌 수치로 인식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30세 건강한 성인의 암 발병률이나 교통사고 사망률은 공식 통계로 확인 가능하며, 대부분의 공포는 과장되어 있다. 이러한 확률 정보를 직접 비교하고, 자신에게 가장 현실적인 위험이 무엇인지를 판단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두 번째는 보험 목적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다. 의료비 보장을 위한 실손보험, 사망 보장을 위한 정기보험, 자산 형성을 위한 저축보험은 각각 다른 목적을 가진다. 이 목적이 섞이면 과잉 가입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세 번째는 보험 판매자의 설명을 수동적으로 듣지 말고, 스스로 ‘필요 보장’만 선택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설계사의 설득이 아닌, 자신의 삶에 맞는 구조로 설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불안’의 정체를 명확히 구분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보험은 ‘사고를 막아주는 장치’가 아니다. 단지, 사고가 났을 때의 비용을 보조해 주는 장치일 뿐이다. 그 사실을 인식하면 불필요한 감정적 가입을 줄일 수 있다. 보험은 현실의 도구이지, 상상의 해결책이 아니다.

 

불안을 제거하려 할수록 더 많은 보험을 들게 되고, 결국 재정은 안정되지 않고 지출만 증가한다. 행동경제학은 이러한 감정적 소비 패턴을 분석하며, 우리가 더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무슨 보험을 드느냐'가 아니라, '왜 그것을 드는가'다.

 

 

 

보험을 과도하게 가입하는 이유는 확률이 아니라 감정 때문이다. 행동경제학을 통해 불안과 손실회피 심리가 어떻게 소비를 왜곡하는지 분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