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경제학

행동경제학 실험 사례 5가지 – 우리가 얼마나 비합리적인지 보여주는 증거

ad-jay 2025. 7. 4. 06:50

인간은 ‘합리적이지 않은 이유’가 있다

전통 경제학은 오랫동안 인간을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존재로 가정해 왔다. 하지만 실제 우리의 선택은 논리보다는 감정에, 정보보다는 인지 편향에 따라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바로 이 지점을 정면으로 다룬 학문이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이다. 행동경제학은 사람들이 실제로 어떻게 선택하는지를 다양한 실험을 통해 입증하고, 우리가 얼마나 자주, 그리고 일관되게 비합리적인 판단을 하는지를 분석해왔다.

손실회피 성향을 보여주는 행동경제학 실험

이 글에서는 행동경제학을 대표하는 실험 중에서도 우리가 실제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마주하는 의사결정 오류를 보여주는 5가지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이 실험들은 모두 실존하는 연구를 바탕으로 하며, 소비, 선택, 투자, 사회적 행동, 시간 지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의 사고가 얼마나 쉽게 왜곡되는지를 보여준다. ‘사람은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 불완전함이 놀라울 만큼 예측 가능하다’는 것이 행동경제학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다.

 

 

 

실험 사례 1~2 – 손실회피와 기본값 효과

 손실회피 실험 (전망이론, 카너먼 & 트버스키, 1979)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다음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게 했다.

 

A안: 100% 확률로 3만 원을 얻는다

B안: 80% 확률로 4만 원을 얻고, 20% 확률로 0원

 

대부분의 사람들은 A안을 선택했다. 즉, 확실한 이익을 선호한 것이다.
하지만 질문을 이렇게 바꾸면 결과가 달라진다.

 

A안: 100% 확률로 3만 원을 잃는다

B안: 80% 확률로 4만 원을 잃고, 20% 확률로 0원

 

이 경우에는 대다수가 B안을 선택했다. 이는 같은 금액의 손실과 이익이 주어질 때, 손실을 더 강하게 회피하려는 경향(손실회피 성향)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기본값 설정 실험 (장기기증 동의율, 존슨 & 골드스타인, 2003)
유럽 국가들의 장기기증 등록률을 조사한 결과, 기본값이 어떻게 행동을 유도하는지 명확히 드러났다.

 

오스트리아, 벨기에: 장기기증 ‘자동 동의’ → 동의율 90% 이상

독일, 덴마크: 장기기증 ‘비동의가 기본값’ → 동의율 20% 미만

 

기본값(Default Option)을 바꾸는 것만으로 수백만 명의 행동이 달라진 것이다.
이 실험은 사람들이 ‘생각하지 않고 유지하는 선택’을 얼마나 강하게 따르는지를 보여준다.
이는 상태 유지 편향(Status Quo Bias)과도 연결된다.

 

 

 

실험 사례 3~5 – 프레이밍, 사회적 증거, 선택 마비

 프레이밍 효과 실험 (Tversky & Kahneman, 1981)
사람들에게 다음 두 시나리오 중 하나를 제시했다.

 

A안: 600명 중 200명이 확실히 살아남는다

B안: 600명 중 1/3 확률로 모두 생존, 2/3 확률로 전원 사망

 

다수는 A안을 선택했다. 하지만 같은 문제를 이렇게 바꾸면 결과가 뒤집힌다.

 

A안: 600명 중 400명이 확실히 죽는다

B안: 1/3 확률로 모두 생존, 2/3 확률로 전원 사망

 

이 경우, B안을 선택하는 비율이 높아졌다. 표현 방식만 바뀌었을 뿐 실질 내용은 동일하지만, ‘생존’ vs ‘사망’이라는 언어적 차이가 사람의 판단에 큰 영향을 준 것이다. 이것이 바로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다.

 

사회적 증거 실험 (세금 납부 캠페인, 영국 정부 ‘넛지팀’, 2010)
세금 독촉장을 보낼 때, 단순한 문구 대신 “이 지역 납세자의 87%는 이미 세금을 냈습니다”라는 문장을 추가하자 납세율이 평균보다 15% 이상 상승했다. 이는 사회적 규범(social norm)이 개인의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준다.

 

선택의 역설 실험 (잼 실험, Iyengar & Lepper, 2000)
슈퍼마켓에서 시식 코너에 6종류의 잼을 진열했을 때보다, 24종류를 진열했을 때 사람들이 더 많이 모였다. 그러나 실제 구매율은 6종류가 있을 때가 훨씬 높았다.
이는 선택지가 너무 많으면 오히려 결정하지 못하고 이탈한다는 ‘선택의 역설’(Paradox of Choice)을 잘 보여주는 실험이다.

 

 

 

실험이 주는 교훈 – 선택을 바꾸는 구조의 힘

더 나은 선택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왜냐하면 인간은 대부분의 선택을 자동적으로, 즉 ‘시스템 1’에 의해 처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행동경제학이 제안하는 해결책은 인간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선택이 발생하는 환경’을 바꾸는 것이다. 예를 들어, 건강한 음식을 더 먹고 싶다면 냉장고 안에서 과일을 가장 눈에 잘 띄는 위치에 놓는 것이 넛지다. 돈을 아끼고 싶다면 지출 알림이 바로 오는 금융 앱을 설정하는 것 역시 환경 설계다.

 

이러한 방식은 직장, 교육, 마케팅, 공공정책 등 거의 모든 영역에 적용 가능하다. 실제로 기업은 가격 책정에서 마무리 가격 효과(예: 9,900원)를 활용하고, 앱 설계자들은 사용자의 클릭 경로를 넛지 구조로 설계한다. 정부는 ‘자동 등록제’를 통해 장기기증, 퇴직연금 참여율을 크게 높였으며, 병원에서는 손 씻기 유도를 위해 거울 앞에 소독제를 배치하는 방식으로 위생 행동을 향상했다.

핵심은, 환경이 행동을 만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구조를 이해하면 우리는 의지를 덜 쓰면서도 더 나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

 

행동경제학 실험들이 보여주는 건 ‘사람은 실수한다’는 사실이 아니라, ‘사람은 예상 가능한 방식으로 실수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 실수의 패턴을 이용해 선택을 더 현명하게 설계할 수 있다. 즉, 똑똑해지려면 더 많이 노력할 필요가 없다. 대신, 더 잘 설계된 선택지를 옆에 두는 것, 그것이 진짜 똑똑한 행동이다.

 

 

인간은 왜 반복해서 비합리적 선택을 할까? 행동경제학의 대표 실험 5가지를 통해, 우리가 얼마나 예측 가능하게 실수하는지를 분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