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경제학

행동경제학으로 본 인간의 미루는 습관, 그 이유와 해결법

ad-jay 2025. 7. 16. 13:31

왜 우리는 중요한 일을 알면서도 미루는가?

해야 할 일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일부터 하자”, “좀 더 준비되면 시작하자”라고 미루는 행동은 누구에게나 익숙하다. 어떤 사람은 과제를 마감 당일 새벽에 몰아서 하고, 어떤 사람은 건강을 위해 운동을 결심하지만 시작은 다음 주로 미룬다.
이러한 미루는 습관, 즉 행동 지연(Procrastination)은 겉으로 보면 게으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인간의 인지 구조와 감정 처리 방식에서 기인하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인간의 미루는 습관과 해결방법

행동경제학은 이 현상을 단순한 습관이나 성격의 문제가 아닌, 사람의 뇌가 즉각적인 쾌락을 선호하고, 미래에 대한 감정적 거리감을 과소평가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선택의 왜곡으로 설명한다.


특히 ‘해야 하는 일’은 대개 보상이 늦고 불편함이 크기 때문에, 지금 당장의 감정에 압도된 인간은 뇌의 본능적 구조에 따라 미루는 쪽을 자동으로 선택하게 된다.

 

이 글에선 행도경제학의 개념을 활용해서 왜 사람들은 자꾸 일을 미루게 되는지, 그리고 이러한 미루는 습관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분석해본다.

 

 

 

현재편향과 시간할인 – 뇌는 미래보다 지금을 선택한다

사람이 일을 미루는 가장 큰 이유는 미래의 이득보다 현재의 고통을 더 크게 인식하기 때문이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이를 현재편향(Present Bias)이라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운동을 시작하면 건강해진다는 걸 알면서도 지금 당장의 피로함과 귀찮음이 더 크게 느껴져 시작을 미룬다. 이때 뇌는 “지금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식의 감정적 자기합리화를 만들어 낸다.

 

또한 시간할인(Time Discounting)이라는 개념도 작용한다. 미래의 보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떨어져 보이는 경향이 있는데, 이로 인해 “다음 주에 하면 되지”라는 생각이 반복된다.
이런 사고방식은 일의 중요성과 무관하게 적용되며, 즉각적 보상이 없는 일일수록 더 많이 미루게 만든다. 예를 들어 장기 프로젝트, 자격증 공부, 정기 운동 같은 일은 시작은 힘들고, 보상은 멀리 있는 대표적인 ‘미루기 대상’이 된다.

 

이 구조는 의지로 극복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뇌는 본능적으로 즉시 보상을 추구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루는 습관을 바꾸기 위해선 미래의 보상을 지금 당겨오는 설계, 즉 즉시성 보상 전략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일 완료 시 작은 보상(스티커, 체크리스트, 커피 보상 등)을 주는 것도 뇌의 보상 회로를 자극해 행동을 앞당길 수 있다.

 

 

 

인지적 회피와 감정 회피 – 해야 할 일 앞에서 뇌는 피로해진다

미루는 습관은 단순한 귀찮음이 아니라, 때로는 두려움과 불확실성에 대한 감정 회피의 결과이기도 하다. 행동경제학은 이 현상을 인지적 회피(Cognitive Avoidance)와 감정 회피(Affective Avoidance)로 설명한다.
예를 들어 중요한 업무나 어려운 과제를 앞두고 마음속에서 불편함이 생긴다. “이걸 잘 못하면 어쩌지?”, “생각보다 어려우면?”이라는 불안이 떠오르고, 뇌는 이 감정을 줄이기 위해 해당 행동 자체를 회피하게 된다.

 

이는 일종의 심리적 자기 보호 메커니즘이다. 즉, 행동을 하지 않음으로써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으려는 회피적 선택이다. 하지만 미루기를 반복하면 오히려 스트레스는 더 커지고, 자존감은 낮아지며, 결국 더 깊은 미루기의 루프에 빠지게 된다.
이 과정을 행동경제학은 후회 회피(Regret Aversion)와도 연결시킨다.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 생기는 스트레스보다, 했지만 결과가 나쁠 때의 후회가 더 클 것이라는 가정 하에 ‘시도하지 않음’이라는 심리적 방어 선택을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해야 할 일’에 대한 감정을 먼저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지금 이 일을 미루는 이유가 단순한 귀찮음인지, 실패에 대한 불안인지, 자신감 부족인지”를 스스로 진단하는 감정 인식 루틴이 필요하다.
미루기 습관을 줄이는 데 있어 가장 효과적인 전략은 행동을 계획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구조화하는 것이다.

 

 

 

선택의 피로와 행동 장벽 – 시작이 어렵고 유지도 어렵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미루는 또 다른 이유는 선택 과정 자체가 피로하기 때문이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이를 결정 피로(Decision Fatigue)라고 부른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언제 하지?”, “어디서 하지?”, “어떤 방식으로 하지?” 같은 질문을 반복하게 되면 뇌는 이미 그 과정에서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이 피로감은 곧바로 “그냥 나중에 하자”는 선택으로 이어진다.

 

또한 일 자체가 복잡하거나 행동의 진입장벽이 높을수록 미루기가 강화된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이를 행동비용(Behavioral Friction)으로 설명한다. 예를 들어 공부를 하려는데 책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노트북이 꺼져 있고, 앉을자리조차 없다면 시작에 필요한 준비 시간이 길어지며 ‘시작 자체를 포기’하게 된다.

 

이를 줄이기 위해선 환경 자체를 미리 행동 유도형으로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책상을 항상 깔끔하게 유지하고, 공부할 앱만 실행되도록 디지털 환경을 제한하는 식이다.


또한 일 자체를 작게 쪼개는 것도 중요하다. “하루 3시간 공부하기”가 아니라 “5분 동안 한 페이지만 보기”처럼 시작 장벽을 낮춰주는 설계가 필요하다.
뇌는 작은 행동을 시작하면 도파민을 분비하며 집중 상태로 전환되기 때문에, 작게 시작해서 점차 몰입하는 전략이 실제로 더 지속 가능하다.

 

 

 

미루는 습관을 바꾸는 심리 설계 전략

결국 미루는 습관은 ‘게으름’이 아니라, 인지적 편향과 감정 회피, 환경적 장벽이 만들어낸 결과다. 따라서 해결 방법은 의지가 아닌 설계와 구조화다.
첫 번째 전략은 디폴트 설정(Default Behavior)이다. “매일 아침 9시에 무조건 책상에 앉기”처럼 판단할 필요 없는 루틴을 만들면 뇌는 자동적으로 그 행동을 반복한다.


두 번째는 즉각적 보상 설계다. 일을 마칠 때마다 소소한 보상을 주면 뇌는 해당 행동을 ‘기분 좋은 일’로 인식한다.

세 번째는 감정 상태 인식 루틴 구축이다. 해야 할 일을 앞두고 “내가 지금 왜 미루고 있는가?”를 기록해보면 반복되는 감정 패턴을 확인할 수 있고, 그 순간 회피가 아니라 실행으로 전환할 수 있는 트리거가 생긴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완벽주의를 버리는 것이다. 많은 미루기 습관은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부담에서 시작된다. 시작이 미흡해도 좋으니, 행동 그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태도 전환이 필요하다.

행동경제학은 말한다. 사람은 합리적이지 않다. 하지만 구조적으로 더 나은 선택을 하게 만들 수 있다.
미루는 습관을 바꾸고 싶다면, 이제는 스스로를 탓할 게 아니라 내가 매일 마주하는 환경과 구조를 점검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