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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경제학

왜 사람은 후회를 줄이기 위해 ‘덜 좋은 선택’을 하기도 할까– 후회회피(Regret Aversion) 이론 분석

가장 피하고 싶은 감정, 후회

사람은 선택을 통해 인생을 만들어간다. 어떤 직업을 택할지, 어떤 사람과 함께할지, 무엇을 살지, 어떤 기회를 포기할지. 그런데 모든 선택에는 하나의 공통된 그림자가 따라붙는다. 바로 ‘후회’다. 후회는 단순한 아쉬움이 아니다.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현재의 만족을 파괴하는 감정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사람들은 후회될 상황을 미리 예견하고, 이것을 피하기 위해 특정한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행동하지 않는 선택이 만들어내는 심리적 후회 구조

바로 여기서 등장하는 개념이 후회회피(Regret Aversion)다.
이 개념은 전통 경제학의 ‘합리적 선택’ 개념과는 정면으로 충돌한다.
전통 경제학에 따르면 인간은 가능한 선택지 중에서 효용(만족감)을 가장 크게 해 줄 대안을 택한다. 하지만 현실의 인간은 ‘최대 만족’보다 ‘최소 후회’를 추구한다. 이로 인해 사람들이 종종 비효율적이거나 덜 이득이 되는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후회회피 이론의 정의와 작동 메커니즘, 실제 사례, 그리고 우리가 더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해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감정을 이해하는 것은 단지 심리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선택의 질을 바꾸는 본질적인 경제 행동이다.

 

 

 

후회회피 이론이란 무엇인가?

후회회피 이론은 사람이 미래의 후회를 예측하고, 그 감정을 피하려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린다는 행동경제학적 이론이다. 1982년 로움스(Ritov)와 바론(Baron)이 제시한 연구에서 참가자들은 ‘행동을 하지 않아 아이가 사망하는 경우’보다 ‘행동을 해서 아이가 사망하는 경우’에 더 큰 후회를 경험한다고 응답했다. 결과적으로 사람들은 후회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되는 선택은 피하고, 그에 따라 때로는 비효율적이거나 기회비용이 큰 선택을 한다.

 

이 이론은 단지 감정적 반응이 아니라 선택 과정 자체에 감정이 사전 내장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사람은 결과보다 결과로 인한 감정에 더 큰 가중치를 둔다.


예를 들어, 어떤 주식을 살지 말지 고민할 때, 기대 수익이 높은 주식보다 실패했을 때 후회가 적을 것 같은 종목을 선택하거나 아예 매수를 포기하기도 한다. 이것은 경제적으로는 덜 합리적인 결정이지만, 심리적으로는 ‘자기 보호적인’ 전략인 것이다.

또한 후회회피는 행동보다 ‘비행동(inactivity)’을 선호하게 만든다. 이는 ‘행동을 하지 않아 발생하는 결과’보다 ‘행동을 해서 발생한 결과’가 더 큰 책임과 후회를 동반한다는 심리 때문이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이 기회를 앞에 두고도 “괜히 했다가 후회할까 봐”라는 이유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후회를 피하려다 기회를 놓치는, 아이러니한 선택 구조가 여기서 발생한다.

 

 

 

실제 사례 – 투자, 소비, 인생 선택에서의 후회회피

1. 투자
투자자들은 종종 후회회피 성향 때문에 수익 가능성이 높은 종목을 회피하고, 오히려 ‘확실하지만 이익이 적은 상품’을 선택한다. 예: 주식보다 적금, 고위험 성장주보다 배당주를 선호하는 경향. 이는 ‘잃었을 때의 감정’을 상상했을 때 후회의 강도가 크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또한 한 번 손실을 경험한 종목은 다시 도전하기보다는 회피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것이 바로 ‘손실 후 트라우마 기반 후회회피’다.

 

2. 소비
사람들은 종종 후회를 줄이기 위해 선택지를 줄이거나, 남들이 많이 고른 옵션을 따르는 경향을 보인다. 예: 옷을 살 때 무난한 검은색을 고르거나, 이미 후기 많은 제품을 고르는 행위는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이 경우 품질보다 후회 가능성을 기준으로 선택이 이뤄진다.

 

3. 인생 결정
진로, 이직, 결혼, 이혼 등 중요한 선택에서도 후회회피는 강하게 작동한다. 사람은 어떤 선택이든 결과보다 ‘책임’과 ‘자기 비난’이 두려워서, 더 나은 가능성이 있음에도 현상 유지(Status Quo)를 고수하거나, 이미 지나간 기회에 대해 스스로를 합리화한다. 예: “괜히 새로운 일 시작했다가 망할지도 몰라.” → 시도하지 않음 → 안전하지만 변화도 없음.

 

 

 

후회회피를 넘어, 더 나은 선택을 위해

많은 사람들은 "후회하지 않으려면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정반대일 때도 많다. 너무 신중하려다 선택을 미루고, 결국 기회를 놓치는 것 자체가 더 큰 후회를 만든다. 이처럼 후회회피를 줄이기 위해서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구조'를 스스로 설계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후회일기’ 또는 ‘결정 로그’ 작성이다. 이는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자신의 생각, 감정, 선택 이유를 기록해 두는 것이다. 나중에 결과가 좋든 나쁘든, 선택 당시의 논리와 감정을 되짚어보며 ‘잘못된 판단이었는지’ 아닌지를 객관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결과에 흔들리지 않고 의사결정의 질 자체를 기준으로 자신을 평가하게 된다.

 

또한 후회회피 성향을 줄이기 위해서는 의도적으로 ‘작은 실험’을 자주 해보는 습관이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새로운 레스토랑에 가보는 것, 관심은 있지만 망설였던 활동에 한 번 참여해 보는 것 등, 작은 범위의 도전을 일상에 섞어두면 실패에 대한 감정적 민감도가 줄어들고, 후회에 대한 내성도 생긴다. 이것이 바로 선택 리스크를 낮추면서 심리적 후회를 훈련하는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전략은 ‘미래 자기’ 관점에서 선택하기다. 연구에 따르면 ‘현재의 나’보다 ‘미래의 나’를 시뮬레이션할 때 더 합리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 예: “지금 이 선택이 6개월 후의 나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 “미래의 나는 이걸 후회할까 고마워할까?” 이런 질문을 습관화하면, 감정이 아닌 시야 확장을 통한 전략적 사고가 가능해진다. 이처럼 후회를 피하려는 본능 자체를 억누르기보다는, 그 감정을 건강하게 다루는 환경과 프레임을 스스로 만들어주는 것이 행동경제학이 제시하는 진짜 해답이다.

 

 

 

사람은 왜 더 이득인 선택 대신, 후회를 피하기 위해 ‘덜 좋은 선택’을 할까? 후회회피 이론을 행동경제학 관점에서 깊이 분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