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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경제학

행동경제학으로 본 다이어트 리바운드 현상

왜 우리는 또 실패하고 마는가?

다이어트는 매년 수많은 사람들이 도전하는 대표적인 자기 계발 프로젝트다. 하지만 그만큼 실패율도 높고, 설령 목표 체중 감량에 성공하더라도 일정 기간 후 원래 몸무게 혹은 그 이상으로 되돌아가는 ‘리바운드 현상’을 겪는 경우가 매우 많다. 이쯤 되면 단순히 “의지가 약해서”라는 설명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 오히려 반복적인 실패 경험은 자존감을 낮추고, 다시 시작할 용기를 앗아가며, 다이어트 자체에 대한 회의감까지 남긴다.

다이어트 리바운드 현상

행동경제학은 이러한 다이어트 실패와 리바운드 현상을 단순한 습관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다이어트 중 인간이 내리는 수많은 ‘비합리적인 선택’과, 그 선택 뒤에 숨은 ‘심리적 착각’들이 리바운드를 유도하는 핵심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우리는 언제 먹고, 언제 참고, 어떤 방식으로 식단을 고수할지를 결정할 때마다 끊임없이 심리적 유혹과 인지적 오류 속에서 싸우고 있다. 이 글에선 다이어트는 왜 쉽게 무너지고, 리바운드는 왜 계속해서 반복되는지 행동경제학 관점에서 분석해 본다.

 

 

현재 편향 – 지금 한 입의 유혹이 미래의 체중보다 강하다

다이어트 실패의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오늘 하루만은 괜찮겠지’라는 유혹에 무너지는 순간이다.
이는 단순한 식욕이 아니라,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현재 편향(Present Bias)’ 때문이다. 사람은 현재의 만족을 미래의 보상보다 훨씬 크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지금 이 치킨 한 조각의 쾌락”은 “한 달 후 3kg 감량”이라는 추상적 목표보다 더 실질적이고 강렬하게 느껴진다.

 

문제는 이 판단이 의식적인 결정이 아니라, 뇌의 구조상 자동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이다. 특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에너지가 고갈된 상태에서는 자제력 자원이 줄어들어 현재 편향이 더 강하게 작용한다. 이때 뇌는 ‘지금 당장 먹는 것이 나에게 더 이롭다’는 식의 자기 합리화 논리를 즉시 생산하며, 장기적 목표는 흐려진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의지 부족이 아니라 미래보다 현재에 압도당하는 인간 본능에 따라 다이어트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손실회피 편향과 요요 – 체중 증가보다 감량 실패에 더 예민한 심리

다이어트 중 체중이 조금만 늘어도 심리적으로 크게 흔들리는 사람이 많다.
예를 들어, 3kg을 감량한 후 1kg이 다시 찌면, 뇌는 단순히 “체중이 2kg 감량된 상태”가 아닌, ‘1kg 손해를 본 상태’로 인식한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이를 손실회피 편향(Loss Aversion)이라 설명한다. 사람은 같은 크기의 이익보다, 동일한 크기의 손실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는 성향이 있다.

 

이 편향은 리바운드를 더욱 가속화시킨다. 다이어트 중 소폭의 체중 증가나 식단 일탈이 발생했을 때, 사람은 전체 다이어트가 망가졌다고 느끼고 ‘포기 모드’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다이어트 폭식’이 대표적이다. “이미 망한 거, 그냥 오늘은 먹고 내일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사고는 손실 회피 본능과 관련이 있다. 문제는 이 행동이 반복되면, 체중은 빠르게 원래대로 복구되며, 때로는 더 높은 체중으로 리바운드하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결국 우리는 체중이 늘어서 좌절하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 손실을 감당하지 못해서 다이어트를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매몰비용 오류 – 이미 고생했는데, 왜 이 고통을 더 겪어야 하지?

다이어트는 시간과 돈, 노력이 지속적으로 들어가는 장기 프로젝트다.
운동기구 구매, 헬스장 등록, 식단 비용, 시간 투자 등 다양한 형태의 ‘비용’이 들어가지만, 기대만큼 체중이 줄지 않거나 유지가 되지 않으면 심리적 회의감이 커진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다이어트를 중단하지 못하거나, 반대로 아예 포기하고 폭식으로 돌아서는 경우가 많다.


이 모순적인 현상은 매몰비용 오류(Sunk Cost Fallacy)로 설명할 수 있다.

사람은 이미 들인 비용이 클수록, 결과와 관계없이 계속 그 행동을 이어가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을 느낀다. 그래서 다이어트 효과가 미미하더라도, 이미 운동복을 샀고, 식단 도시락을 결제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유지하거나 극단적인 방법으로 보상받으려 한다. 이로 인해, 일시적인 단식이나 무리한 운동을 하게 되며, 몸은 결국 스트레스 호르몬과 대사 저하로 리바운드에 더 취약한 상태가 된다.


즉, 다이어트는 실패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들어간 비용을 회수하려는 ‘심리적 보상 욕구’가 몸의 건강을 무너뜨리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프레이밍 효과 – 다이어트를 ‘고통’으로 보는 순간 리바운드는 시작된다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바라보는 ‘해석 방식’이다.
같은 식단, 같은 운동이라도 이를 “내 건강을 위한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억지로 참고 견디는 고통”이라고 여기는 사람은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든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이를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라 부른다. 즉, 같은 사실이라도 어떤 방식으로 설명하느냐에 따라 선택이 달라진다는 이론이다.

 

다이어트를 ‘희생’, ‘고통’, ‘제한’으로 인식하면, 뇌는 이 행위를 일시적이고 회피하고 싶은 과업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반면, 다이어트를 ‘자기 돌봄’, ‘자율적인 건강 관리’, ‘미래 투자’로 프레이밍 하면, 같은 행동도 훨씬 지속 가능해진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다이어트를 “못 먹는 것”으로 받아들이며, 이로 인해 심리적 보상 욕구가 커지고 결국 폭식이나 리바운드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리바운드는 체중 문제 이전에, 내가 지금 어떤 인식을 가지고 행동하느냐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따라서 진정한 리바운드 방지법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인식 구조를 먼저 바꾸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