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0원이 아니라 9,900원일 때 사람은 왜 더 싸다고 느끼는가?
대부분의 소비자는 마트, 편의점, 온라인 쇼핑몰에서 9,900원, 19,800원, 29,900원 같은 가격을 자주 본다. 이는 단순한 가격 설정이 아니라, 심리학적으로 매우 정교하게 설계된 마케팅 전략이다. 사람은 10,000원보다 9,900원을 더 저렴하다고 느끼며, 실제로 구매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런 현상은 '마무리 가격 효과(Charm Pricing)'라고 불리며, 가격이 0, 5, 9 등의 특정 숫자로 끝날 때 소비자의 인식이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9로 끝나는 가격은 더 ‘저렴하다’는 인상을 주며, 소비자는 실제 금액 차이가 크지 않음에도 더 큰 심리적 거리감을 느낀다. 행동경제학은 이 현상이 단순한 숫자 감각의 착오가 아니라, 사람의 직관적 판단 시스템이 숫자를 비선형적으로 해석하는 방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글에서는 왜 사람은 9,900원을 ‘9천 원대’로 인식하는지, 왜 기업은 끝자리를 0이 아닌 9로 설정하는지를 구체적인 행동경제학 이론과 실험 사례를 통해 분석한다. 또한 마무리 가격이 소비자의 인식, 구매 결정, 가격 만족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심층적으로 살펴보고, 이러한 심리를 마케팅에서 어떻게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는지도 함께 다룬다.
마무리 가격 효과란 무엇인가 – 숫자의 왜곡된 인식 구조
마무리 가격 효과(Charm Pricing)는 가격의 마지막 숫자가 9일 때 소비자가 해당 제품을 더 저렴하다고 느끼는 심리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10,000원보다 9,900원이 더 싸다는 인식은 단순한 수학적 비교가 아니라, 사람의 인지적 숫자 처리 방식의 왜곡에서 비롯된다. 인간의 뇌는 숫자를 정밀하게 분석하지 않고, 좌측에서부터 먼저 읽는 경향이 있다. 이를 왼쪽 숫자 효과(Left-digit effect)라고 부르며, 이 효과로 인해 9,900원은 뇌에서 '9천 원대'로 처리된다.
반면 10,000원은 '만 원'이라는 인지적 장벽을 넘어선 숫자로 인식되어, 소비자는 심리적으로 더 큰 지출이라고 느끼게 된다. 또한, 끝자리가 0보다 9일 때 더 '할인된 느낌'을 주는 특성도 작용한다. 연구에 따르면, 소비자는 9로 끝나는 가격에 대해 "판매자가 가격을 최저로 조정했다"는 인상을 받는다. 이는 '가격 신뢰감'을 높이는 효과를 만들어낸다.
반면 10,000원은 '심리적 정가'로 인식되어, 할인 혜택이 없는 가격처럼 느껴질 수 있다. 마무리 가격 전략은 단순히 숫자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뇌가 숫자를 해석하는 방식과 감정 반응을 동시에 활용하는 마케팅 설계 기법이다. 이 효과는 식료품, 의류, 전자기기 등 거의 모든 소비재 산업에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으며,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 커머스에서도 매우 효과적인 전략으로 알려져 있다.
실생활 속 마무리 가격 전략 – 매출을 끌어올리는 실제 기법
많은 기업은 마무리 가격 효과를 체계적으로 활용하여 소비자의 구매율을 높이고 있다. 대표적인 예는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의 할인 행사다. 제품 가격을 단순히 10,000원이 아닌 9,900원, 또는 19,800원처럼 책정하면, 소비자는 더 많은 할인 혜택을 받은 것처럼 느끼게 된다. 또한, 심리적 가격 장벽을 넘지 않기 때문에 구매 결정을 더 쉽게 내릴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제품을 30,000원이 아닌 29,900원에 판매하면, 소비자는 '2만 원대 제품'으로 인식하면서 가격 저항선을 통과한 것처럼 느끼게 된다. 이는 특히 '심리적 가격 구간'이 중요한 제품군에서 더욱 효과적으로 작용한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마무리 가격은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대부분의 제품 상세페이지에는 '정가 39,000원 → 할인 29,900원' 식의 가격 구조가 제시된다. 이때 소비자는 실제 할인 폭보다 ‘심리적 할인 체감’을 더 강하게 받는다.
앱 내에서는 ‘무료배송’, ‘오늘만 9,900원’ 등의 문구와 함께 마무리 가격이 강조된다. 심지어 음식 배달 앱에서도 ‘특가 8,900원’, ‘세트 11,900원’ 등 9로 끝나는 가격을 통해 소비자에게 ‘가성비 있는 선택’을 유도하는 심리적 흐름을 만든다. 이러한 전략은 단순히 구매를 유도하는 것을 넘어, 소비자가 ‘스스로 합리적인 선택을 했다고 믿게 만드는 착시 효과’를 창출하는 데에도 효과적이다.
마무리 가격의 한계와 소비자가 알아야 할 심리 방어 전략
마무리 가격 효과는 탁월한 마케팅 전략이지만, 그 효과가 항상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소비자는 9로 끝나는 가격을 ‘싸구려’로 인식하거나, 값싼 이미지를 연상하기도 한다. 특히 고급 브랜드나 프리미엄 제품에서는 가격을 0으로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것이 ‘품격’과 ‘정직함’을 상징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지나치게 반복되는 마무리 가격 사용은 오히려 광고성 피로감과 가격 불신을 유발할 수 있다. 소비자는 마무리 가격의 심리를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더 현명한 소비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9,900원이 왜 그렇게 보이는지 그 구조를 알고 있다면, 실제로는 10,000원과 거의 차이가 없다는 점을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구매 결정 시에는 가격 외 요소(품질, 리뷰, 브랜드, 내 사용 목적 등)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사고가 필요하다.
마케팅은 소비자에게 제품을 팔기 위한 수단이고, 그 과정에서 심리적 기법이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행동경제학은 이런 기법의 원리를 밝히고, 소비자가 무의식적인 선택에서 벗어나 더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마무리 가격 효과는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숫자 속에 숨겨진 심리 조작의 일종이다. 이 구조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더 나은 소비 판단과 금융적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
왜 10,000원보다 9,900원이 더 싸게 느껴질까? 행동경제학의 마무리 가격 효과를 통해 숫자가 소비자 심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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